터키는 유럽일까, 아니면 아시아일까?

세계를 몇 개의 블록으로 나눌 때, 가끔 난감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터키는 아시아에 속하는 나라인지 아니면 중동, 유럽 쪽에 속하는 나라인지 하는 문제이다.

터키의 동쪽 끝은 아르메니아와 이란, 시리아 같은 서아시아에 분류되는 나라들과 붙어 있고, 서쪽 끝은 불가리아, 그리스의 국경과 접하고 있다. 인구의 98%가 이슬람교도이므로 서아시아로 분류되기 쉽지만, 월드컵 축구는 유럽 지구의 예선에 출전하는 등 명확한 분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터키 정부의 수뇌들은 유럽에 가까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슬람교 지도자에 의한 종교적인 관습과 행정 등을 모두 폐지하고 공화국 제도를 도입한 것을 보면 그들의 생각은 명확하다. 경제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유럽식의 합리주의를 받아들이는 쪽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의 바자르 시장거리를 보면 분위기나 상점, 관습 등이 다른 중동 국가들과 똑같다. 터키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사정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 터키의 국민들 사이에도 유럽파와 이슬람파, 아시아파가 갈라져 있다. 여행하다가 만약 터키인과 사귀게 된다면, 종교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하는 게 문제의 씨앗을 만들지 않는 현명한 길이다.​

[이야기가 있는 세계지도 김경화 옮김 푸른길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