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문명을 ‘나일 강의 선물’이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문명은 강을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나일 강은 그 연안 지역 사람들에게 농경과 운송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이집트 문명의 젖줄 노릇을 충실히 했다.

게다가 이집트는 북쪽은 지중해, 동쪽은 홍해로 막혀 있고 남쪽과 서쪽은 산과 사막으로 막혀 있어서 외부 세력에 대해 자연적인 보호를 받고 있었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외부 세력이 이집트로 들어오는 일도, 바깥으로 팽창해 나가는 일도 거의 없었다. 이렇게 안정된 상황에서 역사는 3천 년 동안 지속되었다.

원래 이집트는 나일 강의 상류와 하류에 독자적으로 문명이 발달되어서 흔히 上이집트와 下이집트로 일컬어지다가 메네스라는 파라오 시절에 통일되었다. 그 후 이집트 역사는 제국 자체는 그대로 보존되고 왕조만이 바뀌면서 모두 31개의 왕조가 이어졌다.

높은 생산성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여건과 사회?정치적 안정성은 파라오에게 매우 강한 힘이 집중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바로 피라미드이다.

수백만 개의 거석을 날라서 그렇게 큰 무덤을 만든 까닭이 무엇일까? 또 그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런 점들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이집트 문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가질지도 모른다. 

첫째, 고대 이집트는 최악의 전제정치를 하였다. 

둘째, 이집트는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였다.

첫째, 고대 이집트는 최악의 전제정치를 하였다. - 이는 사실과 다르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채찍을 휘두르며 일을 시켰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농한기에만 나와서 일을 했으며 그것도 강제 노역이 아니라 식량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아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영세민 취로 사업’이라고 보아도 좋다.

둘째, 이집트는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였다. - 그리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이집트 사람들만큼 사후세계에 커다란 관심을 둔 사람들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이들은 언젠가 부활해서 영원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활한 뒤에 대한 준비에 매우 큰 공을 들였다. 초기에는 파라오만이 영원한 삶을 누린다고 생각했다가 차츰 일반인들도 부활과 영생을 누린다는 생각이 퍼져 갔다. 그래서 죽은 사람을 미라로 만들고, 사후세계에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물품들을 무덤 속에 함께 묻든지, 또는 그런 것들을 상징적으로 벽화로 그려 넣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 문명은 죽음에 집착한 문명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출처 : [문화로 읽는 세계사] 사계절 출판, 저자 주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