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영세 중립국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유럽의 지붕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산악 국가인 스위스는 ‘평화의 나라’로 통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이지만 17세기부터 영세 중립국이다.

스위스는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었기 때문에 신성 로마 제국과 프랑스 등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수 차례 침략해 왔다. 당시 스위스에서는 하나의 통일 국가가 아닌 각각의 영주들이 자신들의 영지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영주들이 서로 힘을 합쳐 열강들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영세 중립국으로 발전한 것이다.

1291년 스위스 중앙 지역의 우리, 슈비츠, 운터발덴 등 세 곳의 영주들이 최-초로 동맹을 맺어 신성 로마 제국에 맞서 독립 전쟁을 시작하면서 영세 중립국으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때 지금의 스위스 영토가 거의 완성되었으며, 칸톤들이 연합한 오늘날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칸톤은 독자적인 행정권과 의회, 법원을 가진 작은 국가 형태로, 26개의 칸톤이 연합하여 지금의 스위스를 이루고 있다.

구교와 신교가 대립한 30년 전쟁(1618~1648년)이 일어났을 때, 스위스의 우리, 슈비츠, 운터발덴 등은 구교 편에 섰지만 취리히, 베른, 바젤 등은 신교 편에 서서 분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두 파의 화친 조약으로 분쟁이 해결되었으며 이후 국외의 어떤 종교 전쟁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모든 영주들이 영세 중립의 입장을 취했다.

30년 전쟁이 끝난 후 스위스는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 의해 신성로마 제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에 의해 정복된 후 연합국의 공격을 받게 되자 스위스는 다시 중립을 선언했다. 그 결과 1815년 빈 회의에서 영세 중립국의 지위를 잠정적으로 승인받았으며, 같은 해 파리 회의에서 정식으로 영세 중립국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제1,2차 세계 대전 중에도 주변 국가의 침략을 받지 않은 가운데 경제 발전을 지속하며 현재까지 그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스위스는 정치적 색채를 지닌 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연합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냉전 후 새로운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2002년 국제연합에 가입하여 새로운 중립 외교를 펼치고 있다. 스위스는 중립과 독립을 지키기 위해 20만 명에 달하는 군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20~50세의 모든 스위스 남자들은 해마다 민병대의 군사 훈련에 참가한다. 국민 각자가 군복과 총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사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 영세 중립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출처: [모자이크 세계지리] 이우평 지음, 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