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2세의 '무적함대'는 '무적'이 아니었던 칼레 해전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들어오는 은이 증가하면서 에스파냐의 재정 위기는 빠르게 극복되었습니다. 당시 전 세계 금과 은의 대부분이 에스파냐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무역항이었던 세비야는 흥청거렸고, 사람들은 사치품을 사들였습니다. ​​

물가는 폭등하고,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던 에스파냐는 은을 소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은은 아주 잠시 에스파냐를 거쳐서 외국으로 모두 빠져나갔답니다. 

이 무렵 펠리페 2세는 영국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영국국교회라는 신교를 믿는 것이 탐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게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부터 은을 실어 나르는 배를 약탈하던 영국 해적 드레이크에게 엘리자베스 1세가 기사 작위를 수여해서 심기가 몹시 불편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엘리자베스에게 청혼까지 거절당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

엘리자베스 1세는 네덜란드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가톨릭 신자였던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을 처형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사사건건 에스파냐와 반대에 서는 여왕에게 울분을 토하던 펠리페 2세는 대규모 함대를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칼레 해전 무적함대의 허망한 패배​

막대한 비용은 아메리카에서 들어오는 은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펠리페 2세는 1588년 130척의 무적함대를 끌고 영국을 공격했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칼레 해전입니다. 훌륭한 전술과 변덕스러운 날씨를 잘 이용한 영국이 승리했고 무적함대는 역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

무적함대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화수분처럼 계속 나올 것 같았던 은이 다른 나라로 유유히 사라지고, 금융 엘리트 역할을 하던 유대인도 빠져나가고, 계속된 전쟁 비용에 빚은 더 늘어만 갔습니다. 결국 1596년 네 번째 부도 선언에 이릅니다.​​

펠리페 2세는 에스파냐, 포르투갈, 남아메리카, 네덜란드, 부르고뉴, 시칠리아, 나폴리, 인도 서해안, 아프리카 남서부 등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빛나던 전성기에 펠리페 2세는 국가 부도를 네 번이나 경험한 왕이 되었습니다. ​

한 입에 꿀꺽! 뉴스 속 세계사, 공미라 지음, 토토북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