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버해협의 ‘하얀 절벽’은 살아 있는 생물이 만든 것이다?

도버해협은 세계지도에 표기된 수많은 해협들 가운데서도 누구나 그 이름을 기억하는 해협 가운데 하나이다. 해협의 폭은 30~40km이며 수심은 35~55m이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놓인 이 해협을 무대로 16세기에는 영국과 에스파냐 무적함대의 해전이 있었고, 제2차 세계 대전도 벌어졌다.

전쟁이 끝나고부터는 해협을 헤엄쳐 건너려는 모험가들 때문에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최근에는 파리와 런던 사이를 3시간 만에 연결하는 환상의 특급열차 ‘유로스타’의 개통을 위해 해저 터널이 뚫린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또 하나 도버해협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해협에 맞닿은 해안 절벽이 하얗게 물들어 보이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이것을 ‘도버의 하얀 절벽’이라고 부른다. 

이 하얀색은 해수의 염분이 절벽의 암석 표면에 붙어 형성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얀 절벽의 정체는 바로 초크이다. 학교에서 칠판에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분필의 성분인 것이다.

물론 누군가 버린 초크가 쌓이고 쌓여 이런 절벽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 초크의 성분은 유공충이라는 바다 생물의 화석이다.

유공충은 지금도 해저에 무수히 서식하고 있는 육질충류로서 껍데기가 탄산칼슘으로 되어 있다. 오랜 옛날부터 죽은 유공충들의 껍데기가 바다 속에 그대로 퇴적되어 오다가 지층이 융기되면서 도버해협의 하얀 절벽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세계지도, 김경화 옮김, 푸른길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