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불행의 시작은 어디인가?

유럽 열강에 의한 아프리카 노예무역

오늘날 기아와 질병 그리고 내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의 불행은 1500년경으로부터 시작된 유럽인들의 흑인 노예무역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 초에 노예무역이 중단되기 전까지 적어도 2,0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의 흑인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갔다.

유럽 열강들은 15세기 말부터 신대륙 아메리카에 진출하여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유럽 여러 나라들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식민지 개척에 나선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당시 남아메리카의 광산 개발과 사탕수수, 목화, 담배 등의 플랜테이션 농장 개발로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었다. 이들의 탄광과 농장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더 많은 일꾼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오들은 식민 과정에서 대규모 학살되고 유럽인들이 퍼뜨린 질병에 감염되어 그 수가 현격히 줄어 필요한 일꾼들을 충당할 수 없었다. 이들을 대신할 새로운 일꾼이 필요했고,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가 그 자리를 메웠다.

흑인 노예는 아랍인들이 10세기 이전부터 유럽으로 들여오고 있었다. 유럽인이 흑인 노예를 직접 데려오기 시작한 것은 포르투갈 인들이 인도 항로를 발견하기 위해 아프리카 서해안을 항해하면서부터였다. 

포르투갈의 항해 왕으로 불리는 엔히크 왕자가 서부 아프리카 기니 만에 도착하여 흑인들을 붙잡아 가기 시작했다. 이를 시초로 포르투갈은 1483년 콩고 강 유역의 콩고 왕국과 교역하면서 본격적인 노예무역에 앞장섰다.

포르투갈은 해안을 따라 요새와 무역 거점을 세우고 상아와 황금 그리고 노예를 매매했다. 아프리카 내륙 지방은 지형이 험준하고 열대 우림 그리고 각종 질병 등으로 유럽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노예사냥은 아랍인과 아프리카 거간꾼들에 의해 행해졌다.

콩고 국왕인 은징가 음벰바 Nzinga Nbemba가 1491년 세례를 받고 ‘알폰소 1세’로 개명까지 할 만큼 포르투갈과 콩고와의 무역은 호혜적 관계로 시작되었다. 국왕은 포르투갈에서 들여온 총포를 이용하여 권력을 강화하고 다른 부족들을 쉽게 노예로 삼을 수 있었다. 포르투갈은 그 대가로 노예를 얻었다. 그러나 포르투갈이 원하는 노예의 수가 점차 늘어나 콩고 국왕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포르투갈은 콩고의 왕족과 친척들까지도 납치해서 노예로 끌고 갔다.

유럽인이 아프리카에 나타나기 전, 아프리카 대부분의 왕국에서도 전쟁 포로를 노예로 삼았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노예는 제한된 권리를 지닌 가족의 일원과 같은 존재였다. 유럽인과 아랍인이 등장하면서 흑인 노예는 사고파는 상품일 뿐이었고 노예 시장에서는 톤 단위로 거래되기도 했다.

유럽의 물품을 제공하는 대가로 아프리카의 흑인노예를 받은 유럽인들은 노예를 아메리카 대륙에 넘기고 목화, 커피, 사탕수수, 담배 등을 받아 유럽에 되팔았다. 그리고 이를 원료로 생산된 물품을 다시 아프리카에 파는, 이른바 삼각 무역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챙겼다. 

노예무역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기 때문에 에스파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열강은 앞 다투어 아프리카 기니 만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모자이크 세계지리 - 이우평 지음/ 현암사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