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가을을 싫어하는 이유는?

가을에 살찐 말을 타고 와 약탈하는 공포스런 유목민

가을과 관련된 고사성어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라는 뜻의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있다. 중국에서 이 말은 ‘가을 무렵에 북방 오랑캐 들이 살찌고 날랜 말을 이끌고 침략하기 쉬우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쓰였다. 

한족은 여름에 땀 흘려 농사지어 가을에 수확할 만하면 북방 이민족이 말을 타고 쳐들어 와 식량을 약탈해 가는 일을 오랫동안 겪어 왔다. 한대의 흉노족, 송대의 거란족, 명대의 여진족 등이 그런 북방 민족들이었다. 중국인들이 가을이 오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는 『한서(漢書)』의 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다. “흉노는 가을에 온다. 살찐 말과 강한 활과 함께.”

북방의 초원 지대는 대지는 드넓지만 일조량이 적고 기온이 낮아 작물을 재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유목과 수렵 생활에 의존하는 유목 민족들은 겨울에는 항상 배고픔에 시달렸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따뜻하고 비옥한 남쪽으로 내려가 먹을 것을 약탈해 오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여름이 끝나갈 무렵 초원에서 자란 풀로 배를 채운 말은 가을에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최상의 상태였다. 흉노족은 기마 민족답게 활솜씨와 승마 기술이 뛰어나 적을 기습하고 사라지곤 했다. 한족이 이런 흉노족을 당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흉노족의 최고 지도자인 묵특선우(흉노의 군주를 말함)는 한고조 유방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한과 화친 조약을 맺기도 했다. 조약의 내용은 형제의 맹약을 체결할 것, 한의 공주가 선우에게 시집갈 것, 해마다 솜, 비단, 곡식, 술 등의 조공을 바칠 것 등이었다. 이런 형태의 조약은 이후 한족이 통치했던 송. 명대에 이르기까지 거란족, 여진족, 몽골족과의 사이에서 반복해서 맺어졌다. 

지난 수천 년간 가을이면 말을 타고 쳐들어오던 이민족들로 골머리를 앓던 기억이 남아 있는지 요즘도 중국인들은 가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자이크 세계지리 - 이우평 지음, 현암사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