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로마 제국 멸망 이후 로마 제국의 영광을 계승한 러시아

모스크바를 제3의 로마라고 한다. 고대에서 중세 이전까지 유럽의 정치. 종교적 상황을 살펴본다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세는 혼란에 빠진 국론을 통일하고자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여 그리스도교를 공인하면서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로 옮겼다. 이후 그리스도교는 로마 교황의 권한 문제와 성상 숭배 문제를 놓고 로마 교구와 콘스탄티노플 교구가 서로 대립하다 1054년 로마 가톨릭교와 그리스 정교회로 분열되었다.

로마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정치. 종교적으로 유럽의 중심이었다. 당연히 #제1로마는 로마 가톨릭교의 본산으로 교황이 사는 이탈리아의 로마였다.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은 제1로마를 대신하여 #제2로마로 불렸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 또한 오스만 제국의 의해 멸망하여 이슬람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이후 로마 제국의 영광을 계승하여 등장한 나라가 바로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그리스 정교회를 자신만이 지켜낼 수 있다고 하면서 수도인 모스크바가 #제3로마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역사는 러시아의 전신이었던 키예프 공국에서부터 시작된다. 988년 키예프 공국의 수장 블라디미르 대공이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했을 때, 그리스 정교회의 모습에 심취하여 그리스 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14세기 전반 키예프 공국이 모스크바 대공국으로 발전하면서 황제의 비호 아래 러시아 정교회의 교세는 크게 확장되었다. 동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오스만 제국의 공격이 임하자 로마 교황에게 군사적 도움을 구했다. 이는 그리스 정교회가 이단으로 여겨 등을 돌렸던 로마 가톨릭과의 야합을 의미했기 때문에 러시아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러시아는 동로마 제국과 그리스 정교회에 크게 반발했다. 당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영향 아래 있던 러시아 정교회는 독자적으로 모스크바 대주교를 선출하여 분리 독립했다.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자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가 명실공히 로마의 영광을 계승한 제3로마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앞으로 모스크바를 대신하는 제4로마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모스크바는 영원히 번창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믿음으로 정교회의 수장인 황제 즉 전제 군주의 관력이 강화되었다. 러시아인들의 높아진 민족적 자긍심은 몽골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앞당겼으며 전제 국가로서 러시아가 영토 확장에 나서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출처 [모자이크 세계지리 - 이우평 지음/ 현암사 출판사]